판사와 피고인·사건 관계자가 아는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담당 판사가 곧바로 형사재판에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형사소송법이 정한 제척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보고, 거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 기피 문제를 검토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둘이 아는 사이다”가 아니라 어떤 관계인지, 그 관계가 법에 정해진 제척사유인지, 제척사유가 아니라면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까지 확인되는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재판을 기준으로 판사가 피고인·피해자 또는 변호사와 아는 경우를 나누어 보고, 제척·기피·회피의 차이와 기피신청 후 절차까지 정리합니다. 기준 법령은 2026년 9월 16일 확인한 현행 형사소송법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형사소송법은 2026년 7월 1일 시행, 법률 제21241호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아는 사이’인지보다 제척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제척은 당사자가 “판사를 바꿔 달라”고 신청해야 처음 생기는 제도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7조가 정한 관계에 해당하면 해당 법관은 그 사건의 직무집행에서 제척됩니다.
현행법상 주요 제척사유를 실제 판단에 필요한 형태로 줄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판사와 사건의 관계 | 형사소송법상 판단 |
|---|---|
| 판사 본인이 사건 피해자 | 제척사유 |
| 판사가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이거나 과거 친족관계였음 | 제척사유 |
| 판사가 피고인·피해자의 법정대리인 또는 후견감독인임 | 제척사유 |
| 해당 사건에서 증인·감정인·피해자 대리인을 맡았음 | 제척사유 |
|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의 대리인·변호인·보조인을 맡았음 | 제척사유 |
| 해당 사건에서 검사나 사법경찰관 업무를 수행했음 | 제척사유 |
|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가 된 조사·심리에 관여했음 | 제척사유 |
| 그 사건의 피고인 변호인이거나 피고인·피해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법률사무소 등에서 판사가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음 | 제척사유 |
| 피고인인 법인·기관·단체에서 판사가 임원 또는 직원으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음 | 제척사유 |
| 친구·동창·단순 지인이라는 관계만 있음 | 그 사실 자체는 제17조에 별도 제척사유로 열거되어 있지 않음 |
위 표는 형사소송법 제17조를 판단하기 쉽게 재정리한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세 항목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사와 변호사가 서로 안다”와 “그 판사가 그 사건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최근까지 근무했다”는 법적으로 같은 상황이 아닙니다. 현행 제17조 제8호는 일정한 사건 관련 법무법인·법률사무소 등에서 퇴직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별도의 제척사유로 두고 있습니다. 제9호에는 피고인인 법인·기관·단체의 임직원 경력에 관한 2년 기준도 있습니다. 이 두 사유는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추가됐습니다.
따라서 “아는 사이니까 무조건 기피신청부터 해야 한다”기보다는 관계의 성격과 과거 근무관계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친구·동창·지인이라는 사실만으로 기피가 받아들여질까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친분 주장만으로 기피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8조는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에게 제17조의 제척사유가 있거나,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기피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기준을 단순한 주관적 의심보다 좁게 보고 있습니다. 법관과 사건의 관계를 통상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다음 두 상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A. “판사와 피고인이 동창이라고 들었습니다.”
동창이라는 사실 자체는 형사소송법 제17조에 독립된 제척사유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기피를 검토하려면 단순 동창 여부에서 그치지 않고 법관과 사건의 관계에서 공정성을 의심할 합리적인 객관적 사정이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B. “판사가 피고인의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1년 전에 퇴직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단순 친분 문제와 다릅니다. 구체적인 사건과 소속관계는 확인해야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17조 제8호의 퇴직 후 2년 기준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친분이 문제될 때 확인할 순서
아래 내용은 법률에 별도의 기피요건 목록으로 적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기 위한 확인 순서입니다.
관계가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친족인지, 과거 직장 관계인지, 학교 동문인지, 단순 지인인지부터 구분합니다.제17조에 바로 해당하는 관계인지 대조합니다.
친족관계뿐 아니라 해당 사건의 과거 대리·변호 경력, 검사·사법경찰관 업무, 전심 관여, 최근 2년 내 관련 법무법인 또는 피고 법인 근무 여부도 함께 봐야 합니다.제척사유가 아니라면 사건과 연결되는 구체적인 사실이 있는지 봅니다.
단순히 “친할 것 같다”는 추측과 법관과 사건의 관계에서 공정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은 구분해야 합니다.그 사실을 소명할 자료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9조는 기피사유를 신청일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하도록 합니다. 대법원은 기피신청서에 기피 이유를 적는 것만으로는 소명자료가 되지 않고, 신청인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척·기피·회피는 무엇이 다를까요?
세 제도 모두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되어 있지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 구분 | 언제 문제되나 | 누가 움직이나 |
|---|---|---|
| 제척 | 법률이 정한 제17조 사유에 해당 | 법률상 해당 법관이 직무집행에서 배제되는 구조 |
| 기피 | 제척사유가 있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 검사 또는 피고인이 신청 |
| 회피 | 법관 스스로 제18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 법관이 소속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 |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르면 검사 또는 피고인이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도 가능하지만 피고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라는 지위만으로는 형사소송법 제18조의 직접 기피 신청권자로 열거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담당 판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피고인이 직접 기피를 신청하는 경우는 절차적으로 같은 상황이 아닙니다.
회피는 법관이 마음속으로 “이 사건에서 빠지겠다”고 결정하고 끝나는 절차도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4조는 법관이 제18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회피하도록 하면서 소속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21조의 규정을 준용합니다.
기피신청을 하면 담당 판사가 바로 바뀌나요?
아닙니다. 기피신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담당 판사가 바로 교체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피신청에 대한 처리와 결정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흐름을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해당 법원 또는 법관에게 신청
합의법원의 법관에 대한 기피는 그 법관의 소속 법원에 신청합니다. 수명법관·수탁판사·단독판사에 대한 기피는 해당 법관에게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2단계. 신청일부터 3일 이내에 기피사유를 서면으로 소명
여기서 ‘3일’은 기피사유를 처음 알게 된 날부터 3일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9조 제2항은 기피사유를 신청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 대법원은 신청서에 기피 이유를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소명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 주장이 진실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단계. 기피 여부를 결정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은 원칙적으로 기피당한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가 결정합니다. 기피 대상 법관은 그 결정에 관여하지 못하고, 소속 법원이 합의부를 구성할 수 없으면 바로 위 상급법원이 결정합니다.
다만 기피당한 법관이 신청을 이유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기피 결정이 있은 것으로 간주됩니다.
즉 “기피를 신청했으니 오늘부터 다른 판사가 재판한다”는 구조는 아닙니다.
4단계. 원칙적으로 소송진행이 정지되지만, 선고까지 반드시 멈추는 것은 아님
형사소송법 제22조는 기피신청이 있으면 제20조 제1항의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소송진행을 정지하도록 하며,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둡니다.
여기서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기피신청으로 정지되는 소송진행은 본안의 소송절차를 의미하고 판결의 선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기피신청을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정된 판결 선고도 반드시 정지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기피신청을 재판을 늦추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조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한 신청이나 제19조에 위반한 신청을 신청받은 법원 또는 법관이 결정으로 기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소송지연 목적 여부를 사건 진행 경과와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5단계. 기각결정에는 즉시항고 가능
기피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405조에 따른 즉시항고 제기기간은 7일입니다.
다만 제20조 제1항에 따라 내려진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재판의 집행을 정지시키는 효력이 없습니다.
판사가 내게 불리한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 기피할 수 있을까요?
불리한 재판 진행이나 결정이 있었다는 사정과 법관을 기피할 수 있는 사유는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1모2 결정에서는 법원이 검사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재판의 공평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판례에서도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않거나 기존 증거결정을 취소했다는 사실만으로 기피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판례들이 모든 불리한 재판 진행을 일률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기피제도는 단순히 재판 결과나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다시 판단받는 절차와는 구분됩니다.
판사가 상대방과 아는 사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친하다더라’라는 결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사실을 관계별로 나누는 것입니다.
다음 순서로 정리하면 판단하기 쉽습니다.
판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람이 피고인인지, 피해자인지, 변호인인지, 피고인인 법인인지 확인합니다.
친족관계, 과거 대리·변호 경력, 검사·사법경찰관 관여, 전심 관여, 최근 2년 내 관련 법무법인 또는 피고 법인 근무 등 제17조 제척사유부터 대조합니다.
제17조에 바로 해당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추측과 법관과 사건의 관계에서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분리합니다.
피고인 측에서 기피신청을 검토한다면 신청권자와 신청할 곳을 확인하고, 신청 후 3일 이내 서면으로 기피사유를 소명할 자료를 정리합니다.
이미 기피신청이 기각됐다면 즉시항고 여부를 검토할 때 7일이라는 현행 제기기간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경우에는 피해자라는 지위만으로 제18조의 직접 기피 신청권자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는 사건상 지위와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확보한 관계 자료를 바탕으로 담당 검사나 법률전문가에게 해당 절차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핵심은 “아는 사이인가?”에서 멈추지 않고 “법정 제척사유인가, 아니면 객관적인 기피사유를 소명해야 하는 상황인가?”를 먼저 구분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판사와 피고인이 친구면 무조건 재판에서 빠져야 하나요?
친구라는 관계 자체는 현행 형사소송법 제17조에 별도의 제척사유로 열거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법관과 사건의 관계에서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인 객관적 사정이 있다면 제18조에 따른 기피 문제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판사와 피고인 변호사가 친하면 제척되나요?
단순한 친분만으로 제17조의 제척사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판사가 그 사건의 피고인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법률사무소 등에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처럼 법이 별도로 정한 제척사유가 있는지는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자도 직접 판사 기피신청을 할 수 있나요?
피해자라는 지위만 놓고 보면 형사소송법 제18조의 직접 기피 신청권자로 열거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18조는 검사와 피고인을 신청권자로 규정하고, 피고인의 변호인에 대해서도 일정한 범위에서 신청권을 인정합니다.
기피신청 후 3일 안에 신청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9조 제2항의 3일은 기피사유를 신청한 날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해야 한다는 기간입니다. ‘기피사유를 처음 알게 된 날부터 무조건 3일 안에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됩니다.
기피신청을 하면 판결 선고도 멈추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2조에 따라 정지되는 소송진행에 판결의 선고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고를 앞두고 기피신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선고가 당연히 정지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피신청이 기각되면 끝인가요?
기피신청을 기각한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즉시항고 제기기간은 7일입니다. 다만 제20조 제1항에 따른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재판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습니다.
정보 기준 및 작성 방식
정보 확인일: 2026년 9월 16일
법령 기준: 형사소송법 [시행 2026년 7월 1일] [법률 제21241호]
작성 방식: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형사소송법과 공개된 대법원 판례 원문을 다시 대조해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사건을 직접 대리하거나 상담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후기가 아닙니다. 실제 사건의 기피 인정 여부는 구체적인 관계, 사건과의 연결성, 소명자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시행 2026. 7. 1.]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제17조~제20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제21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제24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제405조
대법원 1987. 5. 28. 자 87모10 결정 — 기피사유 소명 및 소송진행 정지 범위
대법원 2001. 3. 21. 자 2001모2 결정 — 불공평한 재판 우려의 객관적 판단 기준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4893 판결 — 기피신청 후 판결 선고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제17572호 제정·개정이유 — 제17조 제8·9호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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